김빛내리 교수의 가장 큰 연구 성과는 마이크로 RNA의 생성 과정을 규명해낸 것이다. DNA가 유전 정보를 갖고 있다면 RNA는 DNA의 정보를 전달해서 형질이 발현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즉, DNA가 건물의 설계도라면 RNA는 집짓는 목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RNA는 그 역할에 따라 몇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아미노산의 서열을 정하는 역할을 하는 RNA를 전령RNA라고 부른다.
김빛내리 교수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전령RNA 역할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는 아주 작은 크기의 수많은 RNA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RNA이다. 마이크로 RNA는 세포 내 유전자 발현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RNA를 활용해서 유전자 발현과정을 조절하면 암이나 바이러스, 면역 관련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또 병에 걸리면 마이크로 RNA 자체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 변화를 파악해서 진단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빛내리 교수는 2002년 마이크로 RNA의 생성 경로에 대한 가설을 제시했고, 이듬해인 2003년 가설을 증명할 중요한 증거인 ‘드로셔’ 단백질의 존재를 제시해서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추가적인 증거들을 찾아 마이크로 RNA가 생성되는 원리를 규명하였으며, 2016년에는 ‘드로셔’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그 결과들은 생물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인정받는 정설이 됐다.
이 연구에서 파생되어 2007년부터는 RNA 꼬리 변형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마이크로 RNA를 연구하던 도중 RNA의 끝부분에 꼬리처럼 새로운 염기가 추가적으로 달라붙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꼬리 부분이 RNA를 분해시킬 수도 있고 더 안정화, 활성화시키는 등 RNA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김빛내리 교수는 연구를 확장하여 2014년에는 전령RNA의 꼬리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2018년에는 RNA의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의 존재를 발견했다. RNA 꼬리가 유전자 조절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RNA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자신의 RNA에 꼬리를 달아서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하고, 자기에게 불필요하거나 자기를 공격할만한 RNA를 분해시켜버리는 방식으로 이 꼬리를 활용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제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빛내리 석좌교수의 RNA에 대한 연구들은 잠재적으로 암과 같은 난치병과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